다른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나라의 이야기인 전쟁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전쟁이 우리 생활과는 멀리 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재 세계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과 같은 대규모 분쟁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내전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단지 참전국에만 그치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된다. 예를 들어 ‘미국-이란 전쟁’ 상황에서는 총을 한 발도 쏘지 않은 우리나라 역시 석유 가격 상승으로 피해를 겪었다. 이처럼 오늘날의 전쟁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쟁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휴전 상태에 있는 국가로, 북한과의 긴장 속에서 전쟁에 대한 불안을 완전히 떨쳐내기 어렵다. 이러한 두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평화 통일이며, 이를 위해 정부와 여러 시·도·군에서 다양한 노력을 이어 가고 있다. 특히 북한과 접경한 지역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평화를 위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파주시에 새롭게 개관한 평화뮤지엄 S827이다.
분단의 흔적을 예술로, 평화뮤지엄S827
평화뮤지엄 S827은 2026년 2월 27일에 개관했으며,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뇌조리에 위치해 있다. 이 건물은 과거 6·25 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PX(군 매점)로 사용되던 곳으로, 한때 분단의 상징적인 공간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재는 평화를 기원하는 문화와 예술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S827’이라는 이름 역시 과거 PX 시절의 명칭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으로, 이는 행복한 현재뿐만 아니라 아픈 과거도 함께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평화뮤지엄S827에 들어가면 밝고 쾌적한 느낌의 라운지가 보인다. 라운지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작가 45명의 작품이 순서대로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을 둘러보다 보면 벽지가 뜯어져 있는 부분이 곳곳에서 보인다. 이것은 이 건물이 미군의 PX였다는 증거다. 이런 과거의 흔적과 깔끔한 현대의 디자인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더 세련되어 보였다.
이처럼 평화뮤지엄 S827은 전쟁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평화와 예술의 공간으로 바꾸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면서도 이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공간으로서, 앞으로 사람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 평화뮤지엄 S827 외관 및 출입구 ⓒ 안시윤 기자
평화를 전하는 개관 특별전 ‘평화의 빛 미래의 길 동행’
현재 평화뮤지엄 S827에서는 ‘평화의 빛, 미래의 길 동행’이라는 개관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다. 이 특별전은 4월 3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우리나라 장승 명인과 민화가, 조각가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 총 45명이 참여했다. 앞으로도 이 미술관은 여러 기획 전시를 통해 파주시민과 관람객들에게 평화의 의미를 전하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 개관 특별전 포스터 ⓒ 안시윤 기자
평화뮤지엄 S827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도슨트 투어와 살롱 음악회가 있다. 도슨트 투어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신청할 수 있으며, 전시에 참여한 작가가 직접 작품을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무료로 진행된다. 또한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라운지에서 살롱 음악회가 열려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며, 이 역시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노병주 작가와 함께 박물관을 둘러보다
기자도 도슨트 프로그램을 신청해 노병주 작가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기자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2가지의 흥미로운 작품을 선정했다.
먼저, 첫 번째 작품은 노병주 작가의 「나의 길」이다. 이 작품은 오랜 세월 동안 마을 경계를 지켜온 전통의 상징인 장승에 작가만의 독특한 변화를 더해 만든 것이다. 무겁고 근엄한 표정의 장승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웃는 얼굴로 표현하고, 보통 땅에 세워져 있는 장승을 천장에 매달아 전시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또한 도슨트 투어를 통해 작가의 설명을 들으니 작품에 표현되어 있는 사각틀, 솟대, 철조망 등의 의미와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어 한층 더 뜻깊고 흥미로운 관람이 가능하였다.

△ 「나의 길」 작품 (왼쪽), 노병주 작가와 도슨트 투어 중인 기자(오른쪽) ⓒ 안시윤 기자
두 번째 작품은 김대년 작가의 「대동리 처녀 마릴리」이다. 이 작품은 6·25 전쟁 당시 활동하던 미국 배우 ‘마릴리’가 평양 방문 이후 남한에도 오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작가는 만약 마릴리가 남한을 방문했다면 한복을 입어 보았을 것이라고 상상하며, 한복을 입은 마릴리의 모습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 「대동리 처녀 마릴리」 작품(왼쪽), 노병주 작가와 도슨트 투어 중인 기자(오른쪽) ⓒ 안시윤 기자
[미니 인터뷰 | 파주시 문화예술과 문화정택팀 박정현 주무관]
파주시청에서 평화뮤지엄 S827의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하다
이번에는 평화뮤지엄 S827을 기획한 파주시청 문화예술과 문화정책팀의 박정현 주무관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안시윤 기자: 이 공간은 어떤 의미를 가진 장소인가요?
◉ 박정현 주무관: 이 건물은 원래 미군의 PX일 당시의 건물 번호인 ‘827’을 그대로 살려 ‘S827’이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여기에 ‘평화뮤지엄’이라는 명칭을 더해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의미를 함께 담은 공간입니다.
◉ 안시윤 기자: 평화뮤지엄 S827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박정현 주무관: 미군 기지였던 캠프하우즈가 파주시로 반환되면서 해당 건물이 비어 있게 되었고, 이를 리모델링하여 전시 공간으로 조성하게 된 것입니다.
◉ 안시윤 기자: 과거 군 시설이었던 공간을 예술 공간으로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요?
◉ 박정현 주무관: 이 공간은 ‘유휴 공간 문화재생 사업’을 통해 추진된 것으로, 사용되지 않던 공간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이 건물이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전시 공간으로 조성하게 됐습니다.
◉ 안시윤 기자: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시나요?
◉ 박정현 주무관: 전시 기획을 직접 담당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지만, 파주에도 이러한 전시 공간이 마련되었다는 점을 느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안시윤 기자: 이 공간이 지역사회나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하길 기대하시나요?
◉ 박정현 주무관: 파주 지역에 전시 공간이 부족한 만큼,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고 지역 예술인들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올해는 무료로 운영되어 접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 안시윤 기자: 평화뮤지엄 S827은 홍보가 덜 돼 있던데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박정현 주무관: 이 공간은 미군기지였던 곳에 있어,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지속적인 홍보로 관람객이 점차 늘고 있으며, 앞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안시윤 기자: 앞으로 평화뮤지엄 S827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계획이 있으신 가요?
◉ 박정현 주무관: 현재도 기획 전시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새로운 전시가 열릴 때마다 보도자료와 홍보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입니다.
전쟁의 두려움 대신 평화를 전달하는 ‘평화뮤지엄 S827’
평화뮤지엄 S827은 전쟁의 흔적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문화와 예술을 통해 새롭게 해석한 공간이다. 특히 전시와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시민들에게 평화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기반을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취재를 통해 살펴본 평화뮤지엄 S827은 휴전 중인 땅 한반도에 전쟁의 두려움 대신 화합과 평화를, 서로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 대신 서로를 지키기 위한 무기를 전달하는 큰 도약이자 평화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