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전쟁 납북자들의 흔적과 기록을 보존하고 있는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 전경 ⓒ 최정임 기자
푸른 신록이 싱그러운 5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보내며 곁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어느 때보다 깊게 느껴 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 시기는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사무치는 그리움을 다시금 꺼내 보아야 하는 시간인데요. 분단의 아픔과 평화의 희망이 교차하는 경기도, 그 중심인 파주 임진각 한쪽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은 전쟁 속에서 강제로 보금자리를 떠나야 했던 이들의 흔적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납북자들의 기록을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역사의 진실을 기록하는 공간,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 내 납북자들의 이름을 새긴 비석과 피해 가족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낸 증언 기록 ⓒ 최정임 기자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은 납북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보듬기 위해 세워진 국가 차원의 유일한 기념 시설입니다. 여기서 정의하는 ‘전시 납북자’란 전쟁 이전 남한에 거주하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전쟁 기간 중 북한에 의해 납치되어 북한 지역에 억류되거나 거주하게 된 이들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피해의 실상을 입체적으로 펼쳐 내는 전시 공간은 납북 사실을 명확히 규명하고 잊힌 역사를 공론화함으로써, 희생자들의 존재를 우리 사회의 기억 속으로 다시 불러오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은 과거의 사료를 보관하는 장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단절된 역사의 고리를 잇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되새기는 교육의 공간입니다. 납북 피해 가족들이 기증한 수많은 유물과 증언 기록들은 이곳이 누군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임을 여실히 보여 주는데요. 관람객들은 전시된 납북자들의 흔적을 하나하나 마주하며, 아직 해결되지 못한 납북 문제를 ‘과거’가 아닌 우리가 함께 풀어 나가야 할 ‘현재의 과제’로 인식하게 됩니다.
기록과 유품으로 잊힌 시간을 복원해 낸 상설 전시

납북의 배경과 원인부터 비극적인 강제 북송 경로와 증언까지 상세히 담아낸 상설 전시의 주요 장면들 ⓒ 최정임 기자
상설 전시는 납북의 배경부터 현재의 노력까지 총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역사의 전말을 세밀하게 전달합니다. 먼저 ‘Ⅰ. 납북의 배경과 원인’에서는 1950년 기습 남침 이후 북한이 체제 확립에 필요한 지식인과 인적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적인 납북을 계획했음을 보여 줍니다. 특히 사회주의 정권 수립에 필요한 인재 확보와 전쟁 수행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남한 사회의 전문가 계층을 치밀하게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은 전쟁의 비정한 이면을 드러냅니다. 이어지는 ‘Ⅱ. 납북의 전개 과정과 납북자의 고통’ 구역은 그 비극적인 실상을 구체적으로 다루는데요. 약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민간인들이 북으로 끌려갔으며, 남겨진 가족들은 가장의 부재로 인한 경제적 고난은 물론 사회적 오해까지 감내하며 고립된 삶을 견뎌야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납북자로 결정된 4,777명의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기록하여 잊힌 이들의 존재를 다시금 우리 곁으로 불러오는 ‘기억의 방’ ⓒ 최정임 기자
전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Ⅲ. 귀환 노력과 납북자 가족의 아픔’ 공간에서는 기약 없이 끊어진 가족의 시간을 되돌리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분투를 조명합니다. 전쟁 당시 작성된 12종의 명부와 가족들이 기증한 손때 묻은 유품들은 이들이 단순한 통계 수치가 아닌, 우리 사회의 귀중한 일원이었음을 가슴 아프게 그려 냅니다. 특히 2011년부터 조사를 통해 공식 인정된 4,777명의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새긴 ‘기억의 방’은 희생자들의 존재를 기록하고 그들의 무사 귀환을 향한 간절한 염원을 함께 나누는 공간입니다.

납북자 가족들의 염원이 깃든 문장을 만들어 보는 ‘그리움의 벽’ 체험 ⓒ 최정임 기자
마지막으로 ‘Ⅳ. 납북과 인권, 그리고 통일을 위한 노력’에서는 납북 문제가 절대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아픔임을 역설합니다. 정전 협정 이후에도 수많은 민간인이 납치되어 여전히 516명의 전후 납북자가 억류된 실정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과제를 던져 주는데요.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납북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분단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한 평화와 통일의 가치를 다시 한번 마음 깊이 되새기게 됩니다.
가정의 달, 다시 새겨보는 평화와 재회의 꿈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일깨우는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 모습 ⓒ 최정임 기자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이 건네는 평화의 메시지는 화창한 5월의 임진각 풍경 속에서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눈 부신 햇살이 광장을 환하게 비추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끝내 가족의 소식을 듣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했던 수많은 이들의 아픔이 여전히 이곳에 머물며 공존과 화해의 가치를 조용히 일깨워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따뜻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가정의 달에, 누군가에게는 가장 아픈 이름이었을 이들의 역사를 직접 마주하며 평화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건 어떨까요? 전쟁의 그늘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평화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전쟁이 남긴 긴 기다림의 끝이 하루빨리 재회의 기쁨으로 바뀌기를 기원하며, 잊힌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우리의 노력이 멈추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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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 관람 정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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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로 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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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시간 |
화요일~일요일
▪︎3월~10월: 09:30~17:30 (17:00 입장 마감)
▪︎11월~2월: 10:00~17:00 (16:30 입장 마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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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관일 |
매주 월요일, 주중 공휴일, 설·추석 연휴(명절 당일은 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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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료 |
무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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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내 주차장 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