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 민족의 슬픔과 용사들의 흔적을 드디어 우리 발앞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 위치한 ‘캠프그리브스’가 시민들에게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 캠프그리브스 © 정헌후 기자
캠프그리브스는 DMZ 남방한계선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6·25 전쟁이 멈춘 1953년부터 2003년까지 미군 부대가 실제로 사용했던 곳이다. 덕분에 전쟁의 아픔과 당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후 이곳은 DMZ의 역사, 체험, 군대 모습 전시 등 다양하고 색다른 문화 공간으로 변화하여 2013년에 일반에 개방되었다.
캠프그리브스로 갈 때는 임진각 스테이션에서 ‘평화곤돌라·캠프그리브스 통합 탑승권’을 구매한 뒤, 탑승장에서 케이블카에 오르면 된다.

▲ 파주임진각 평화곤돌라 캠프그리브스 통합권 요금표 © 정헌후 기자

▲ 평화곤돌라에 탄 기자의 모습 © 정헌후 기자
캠프그리브스 입구 너머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건물들과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철조망, 이 모든 시설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이 펼쳐져 있었다. 캠프그리브스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모든 건물이 실제로 군사 시설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저장고, 정비고, 화장실과 샤워실, 교육실, 당시 군인들의 숙소 등 모든 시설이 미디어 아트, 전시, 체험관으로 탈바꿈해 신기하면서도, 당시 군인들의 숨결과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 군사시설의 위치와 전시실 위치 안내도 © 정헌후 기자
이 수많은 전시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은 바로 ‘탄약고’였다. 지난 5월 최초로 시민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이곳은 다양한 미디어 아트 전시 공간으로 돌아왔다. 탄약고는 두 개의 공간에서 각각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데, 한 곳은 이승근 작가의 ‘이 선을 넘지 마시오’, 다른 한 곳은 연진영 작가의 ‘주름진 서식지’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승근 작가의 ‘이 선을 넘지 마시오’는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한 작품이다. 관람객들이 직접 선을 따라 이동하며 어두웠던 분단의 역사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체험형 전시이다. 연진영 작가의 ‘주름진 서식지’는 군사 도구를 분해하고 재조합하여 만든 집 형태의 설치 작품이다. 수명을 다한 군 장비들이 예술로 다시 태어나 군인들의 삶과 생명에 따뜻한 온기를 더해 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자는 이 전시에서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

▲ 이승근 작가의 ‘이선을 넘지 마시오’ 와 연진영 작가의 ‘주름진 서식지’ © 정헌후 기자
이 밖에도 캠프그리브스에는 더욱 다양하고 유익한 전시가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일상 속에서 우리 민족의 아픔과 전쟁의 슬픔, 군인들의 생활상이 궁금하다면 이번 주말 ‘캠프그리브스’를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