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기도의 숨은 영웅, 안양소방서 119구조대 김준형 소방장(왼쪽)과 이재우 소방사 ⓒ 김채원 기자
2025년 한 해 동안 경기도소방은 화재 5,490건, 구조 22만 7,360건, 구급 52만 7,547건을 처리했다. 우리가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동안에도 수많은 소방관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자는 이번 ‘경기도의 숨은 영웅’ 취재로 ‘소방관’을 선택했다. 소방관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만 만나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갇힌 사고부터 산악사고, 승강기 고립, 가스 누출 등 다양한 상황에 출동하고, 언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평소에도 여러 상황에 대비해 훈련하고 장비를 준비한다.
그렇다면 소방관들은 왜 이 일을 시작했고, 어떤 마음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있을까?
기자는 안양소방서 119구조대에서 근무하는 김준형 소방장과 이재우 소방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알고 보면 더 특별한 안양소방서 119구조대
안양소방서 119구조대는 1991년 5월 발대했다. 처음에는 11명의 대원과 구조공작차 1대, 86종 328점의 구조장비로 시작해 각종 재난 현장에서 활동해 왔다.
안양에는 관악산과 삼성산, 수리산 등이 있어 산악사고 구조 역시 중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2024년 삼성산에서 길을 잃고 부상을 입은 등산객을 안양소방서 119구조대원들이 구조했고, 구조된 시민은 이후 소방본부에 감사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숨은 영웅 인터뷰] 안양소방서 119구조대 김준형 소방장 · 이재우 소방사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목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 시민을 구해 온 안양소방서 119구조대. 기자는 그곳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있는 두 소방관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안양소방서 119구조대와의 만남 ⓒ 김채원 기자
【김채원 기자】 소방관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재우 소방사】 군 생활을 약 11년 하면서 나라를 지키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사람을 구하는 일에 관심이 생겼고,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직업을 찾다가 구조대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김준형 소방장】 군 생활을 약 4년 했습니다. 이후 주변 선배들이 소방관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생각하게 됐고, 지금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김채원 기자】 구조대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김준형 소방장】 구조대에서는 인명구조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사람이 갇혀 있거나 구조가 필요한 곳에 가장 먼저 나가 사람을 구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김채원 기자】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김준형 소방장】 출동할 때마다 시민들이 고마워해 주시는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반대로 현장에서 협조가 잘 되지 않거나 비협조적인 상황을 겪을 때는 힘든 순간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구급대원들이 폭행 상황에 휘둘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채원 기자】 앞으로 어떤 소방관이 되고 싶으신가요?
【이재우 소방사】 국민이 믿을 만한 소방관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전문적으로 하고 싶은 활동이나 일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하고, 저 스스로도 안전하고 국민들이 보기에도 안전한 구조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김채원 기자】 앞으로의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재우 소방사】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소방대원들 역시 현장에서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그런 사고를 최소화하고 안전하게 소방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준형 소방장】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하면서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소방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다면 이들은 실제 현장에 출동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기자는 직접 소방차와 구조 장비를 살펴봤다.
사고에 맞춰 준비하는 구조대원들의 훈련
구조대원들은 한 가지 사고만을 생각하고 훈련하지 않았다. 이재우 소방사는 화재 상황을 비롯해 승강기 고립, 산악사고, 동물 구조 등 여러 상황에 맞춰 로프 훈련과 화재 진압 훈련, 차량 구조와 장비를 활용한 훈련 등을 한다고 설명했다. 사고는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을 미리 생각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는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한 뒤 용감하게 사람을 구조하는 모습만 생각했지만, 그 순간을 위해 평소부터 반복해서 훈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방차는 ‘움직이는 장비실’
소방차의 수납함을 열어 보니 다양한 구조 장비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차량이나 공사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유압 장비와 휴대하기 편리한 구조 장비도 있었다. 힘이 강한 장비와 이동하기 편리한 장비가 있어 현장 상황에 따라 알맞은 장비를 선택해 사용한다고 했다.
드론 장비도 있었다. 드론으로 현장의 모습을 확인하고 영상 송출 장치를 통해 상황실에서도 영상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가스 누출 사고에 사용하는 장비도 있었다. 현장의 가스 누출 여부와 농도를 확인하고 누출된 곳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장비였다. 높은 곳이나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구조가 필요한 상황에 사용하는 로프도 있었다. 다양한 장비를 직접 살펴보니 소방차는 단순히 불을 끄는 차량이 아니라 여러 구조 상황에 대비한 ‘움직이는 장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구조 현장에 필요한 다양한 장비를 설명하는 김준형 소방장 ⓒ 김채원 기자
가장 자주 사용하는 장비는 의외로 ‘공구함’
여러 장비를 살펴보다가 궁금한 점이 있어 물어봤다.
“평상시에 가장 자주 사용하는 장비는 어떤 것인가요?”
김준형 소방장의 대답은 의외였다.
“자주 사용하는 장비는 아무래도 공구함입니다. 일반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공구함이랑 비슷해요.”
기자는 커다랗고 특별한 구조 장비가 가장 자주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집에서 볼 수 있는 공구함을 자주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신기했다. 특별한 장비뿐 아니라 작은 공구 하나까지 필요한 순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방관들의 꼼꼼한 준비를 느낄 수 있었다.

▲ 구조 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다양한 공구가 담긴 공구함 ⓒ 김채원 기자
필요한 장비를 싣고 출동하는 장비운반차
장비운반차도 살펴봤다. 이재우 소방사는 장비운반차가 산악사고나 가스·전기 관련 사고, 승강기 구조 등 여러 상황에 필요한 장비를 운반하는 차량이라고 설명했다. 큰 화재가 발생하면 다른 구조 차량과 함께 이동하기도 하고, 좁은 길이나 빠르게 출동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장비운반차만 따로 운영하기도 한다고 했다. 사고의 종류와 현장 상황에 따라 필요한 장비와 차량까지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구조대원들이 얼마나 다양한 상황을 생각하며 출동을 준비하는지 알 수 있었다.

▲ 구조에 필요한 장비를 싣고 출동하는 장비운반차 ⓒ 김채원 기자
우리가 상상했던 영웅을 만나다
이번 취재를 하기 전까지 기자에게 소방관은 어릴 때부터 보아 온 ‘영웅’의 모습과 비슷했다. 위험한 순간에도 용기를 내어 사람을 구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힘을 내는 사람. 튼튼하고 씩씩한 모습으로 커다란 소방차를 타고 달려가는 모습도 떠올랐다. 그런데 이번에 실제 소방관을 만나 보니 신기한 일이 생겼다.
어릴 때 내가 상상했던 소방관의 모습이 정말 그곳에 있었다. 김준형 소방장과 이재우 소방사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사람을 구하기 위해 훈련하고 있었고, 시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 모습은 내가 어릴 때 상상했던 것보다 더 현실적이고 깊은 책임감이 담겨 있었다. 특히 이재우 소방사가 “국민이 믿을 만한 소방관이 되고 싶다”,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았다.
소방관도 우리와 같은 한 사람이고, 현장에서 위험을 마주할 때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안전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까지 생각하며 매일 훈련하고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번 취재를 마치고 나니 소방관이 더욱 고맙게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가 어릴 때부터 마음속에 그려왔던 ‘소방관은 용감한 영웅’이라는 믿음을, 실제 소방관들이 지금까지 지켜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동안에도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준비하고, 필요한 순간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 기자가 직접 만나 본 김준형 소방장과 이재우 소방사, 그리고 우리 주변의 모든 소방관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었다.

▲ 우리들의 영웅, 김준형 소방장·이재우 소방사와 함께 ⓒ 김채원 기자
이번 취재를 통해 기자는 소방관이 단순히 ‘영웅처럼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 자신의 자리에서 용기와 책임감을 실천하고 있는 진짜 영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가 어릴 때부터 품어 온 소방관의 모습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껴졌다.
그래서 기자는 오늘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하고 있는 소방관들을 ‘경기도의 숨은 영웅’으로 소개하고 싶다. 이번 취재를 통해 기자 역시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내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