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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백성을 향한 정조의 마음 깃든 `수원화성`

작성자기회기자단 임가을 기자
2026.11.0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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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든 나뭇잎이 떨어지고 손발이 시리게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산들은 겨울을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있었고, 수원화성은 떨어지지 않은 단풍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장안구에 자리 잡고 있는 수원화성은 조선 제22대 왕 정조가 뒤주에서 비참하게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더 좋은 곳으로 옮기고 나서 국방, 경제 등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어졌다. 수원화성은 화성행궁, 수원의 4대문(장안문, 팔달문, 화서문, 창룡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일제강점기 때 파괴된 것을 1975년부터 복원하기 시작해 1979년에 복원사업을 준공했다. 


정조는 누구인가? 


그렇다면 수원화성을 만든 정조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정조는 1752년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정조는 할아버지 영조가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게 한 사실을 아는 아픔이 있다. 정조는 아버지를 잃고 힘들어했지만, 아픔을 이겨내고 할아버지인 영조에게 의지하며 왕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배웠다. 영조가 세상을 떠난 뒤, 25세의 나이로 왕이 된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더 좋은 곳으로 옮긴 후 수원화성을 지었다. 


정조는 옛날부터 눈여겨봐 왔던 정약용에게 백성들이 더 안전하고 빠르게 성을 지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라 지시했고, 이에 따라 정약용이 거중기와 녹로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수원화성을 2년 반 만에 다 지을 수 있었다. 또 정조는 성을 쌓는 데 불려 온 백성들에게 일한 만큼 돈을 주었고, 겨울에는 일하는 백성들이 춥지 않게 털모자를 나눠 주었다고 한다. 정조는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고, 언제든 누군가 자신을 죽이러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살았지만, 백성을 위한 사랑의 마음은 잊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랬던 정조는 안타깝게도 병이 악화되면서 수원화성이 지어지고 약 3년 뒤인 1800년에 세상을 떠났다. 


정조의 마음이 깃든 수원화성


기자는 정조와 수원화성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사도세자를 향한 정조의 마음과 그 마음이 깃들어 있는 수원화성이 더욱 궁금해졌다. 그래서 수원화성에 직접 방문해 그곳을 둘러보고 정조의 마음을 직접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자는 먼저 도착하자마자 화성행궁을 둘러보았다. 화성행궁은 정조가 사도세자의 묘를 현재의 경기도 화성시 융릉으로 옮기면서 수원화성 안에 건립한 궁이다. 평소에는 관아로 이용하다가 정조가 행차했을 때 머물렀던 곳이라고 한다. 


▲ 신풍루 앞에서 Ⓒ 임가을 기자

▲ 신풍루 앞에서 Ⓒ 임가을 기자


화성행궁에 다다르자 가장 먼저 보였던 늠름하고 웅장한 신풍루가 기자를 맞이했다. 신풍루의 당당한 모습을 보니 그 안에 있는 건물들은 얼마나 멋질까 하며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화성행궁으로 들어가자 행궁의 중심이 되는 건물인 봉수당이 보였다. 경복궁으로 치면 근정전과 같은 곳이라고 한다. 봉수당은 엄청나게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당당한 모습이었다. 봉수당을 보니 많은 아픔을 겪었으면서도 왕으로서 백성들을 위해 나라를 더 좋게 다스리고자 하는 정조의 마음이 느껴졌다. 


▲ 화성행궁 봉수당 전경 Ⓒ 임가을 기자

▲ 화성행궁 봉수당 전경 Ⓒ 임가을 기자


행궁 깊이 들어가 보니 우화관 앞마당이 나왔다. 거기에는 ‘선기대, 화성을 달리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공연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 공연은 수원화성에서 했던 무술을 재현한 공연이다. 공연이 시작되자 초등학생 취타대가 대취타를 연주하며 공연장으로 들어왔다. 이어서 정조와 왕실 가족들, 신하들이 따랐고, 뒤에는 군사들이 들어왔다. 군사들은 칼과 여러 가지 무기로 훈련하는 모습, 말을 타고 화살을 쏘는 모습과 말에서 묘기를 부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연에 빠져 있다 보니 마치 조선 시대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고 군사들이 멋지고 대단해 보였다. 


▲ 선기대 공연 모습 Ⓒ 임가을 기자

▲ 선기대 공연 모습 Ⓒ 임가을 기자


공연 후 행궁을 나와 수원화성의 화서문부터 화홍문까지 성벽을 따라 걸었다. 성벽을 따라 걸으면서 기자가 평소 보지 못했던 자연과 수원의 풍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었다. 또 성벽 중간중간에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무기를 그 구멍에 넣어서 외적들을 공격하는 용도라고 했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성벽보다 더 튀어나온 부분이 있었다. 그 부분도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곳인데 외적들이 성벽을 기어오르는 것을 한눈에 다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건물을 설계한 정조가 정말 대단했고, 조선 시대에는 건축물을 과학적이면서도 실용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수원화성의 성곽길 Ⓒ 임가을 기자

▲ 수원화성의 성곽길 Ⓒ 임가을 기자


300년 차이를 넘어 같은 마음이었을 단종과 정조


효심이 담긴 수원화성을 둘러보다가 문득 정조의 다른 한쪽 마음이 떠올랐다. 사도세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이들 때문에 밤에 잠도 못 자고 궁에서 편히 쉴 수도 없지 않았을까? 사도세자를 위해 수원화성을 지었지만 조금이라도 한양의 궁 밖으로 나와 있고 싶었던 건 아닐까? 정조는 낮에는 할아버지인 영조가 무서워 떨고 밤에는 자신이 잘 때 누군가가 자신을 해칠까 두려워 잠도 자지 못했을 것이다. 정조의 두려웠던 마음을 생각하자 정조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은 왕이 떠올랐다. 바로 단종이다. 


얼마 전에 기자는 가족과 함께 <왕과 사는 남자>라는 영화를 봤는데, 영화에는 단종의 삶과 함께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운 마음으로 영월로 유배를 가 혼자 살았던 외로움이 담겨 있었다. 12살인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지만 몇 년 되지 않아 삼촌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강원도 영월에 유배되어 홀로 살다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단종.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봐야 했고, 할아버지는 너무 엄했으며, 언제나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밤에도 잠들지 못했던 정조. 두 왕은 살았던 시대와 왕위에 오른 나이도 모두 다르지만 어쩌면 ‘오늘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운 마음, 어디에도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은 같았을지도 모른다. 궂은 날씨에 찾은 수원화성이 기자의 그런 상상을 더욱 깊게 만들어 주었다.


부모님에 대한 효심과 백성들의 삶을 위한 마음이 합쳐져 만들어진 수원화성. 기자는 춥고 비가 내리는 날 수원화성을 방문했지만, 정조의 마음을 생각하니 추운 날씨에도 가슴은 따뜻했다. 한편으로는 300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살았던 단종과 정조의 외로움, 그리고 두려움도 함께 느껴져 복잡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올가을 수원화성의 느낌을 간직하고 단종이 마지막을 보냈던 영월에도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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