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서 성남 판교로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했던 직장인 김재호(38) 씨는 최근 자신의 출퇴근 수단에 지하철을 추가했다.
집에서 회사까지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역 근처 환승주차장에 주차한 후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시간은 물론 비용 면에서도 크게 절약이 됐기 때문.
김 씨는 “자가용으로 출퇴근할 때는 항상 차가 막혀 이동하는 시간보다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며 “회사에 도착하면 이제부터 주차 전쟁이다. 운이 좋아서 공용주차장에 주차하면 하루 주차비 6,000원에 해결할 수 있지만 그런 날은 많지 않다. 대부분 하루 주차비 2~3만 원인 민간주차장을 이용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동료의 추천으로 출근 지하철 노선 역에 있는 환승주차장을 이용해봤는데 정말 편하고 주차요금도 저렴해서 좋았다”며 “지하철 요금을 결제한 카드로 주차요금을 결제하면 50% 환승 할인이 적용돼 하루 3,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또 지하철로 이동하다 보니 이동하는 동안 영화나 책을 볼 수 있고, 막히지 않아 출퇴근 시간도 줄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 제도개선 노력으로 일반철도역의 환승주차장에 대한 도비 지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 경기뉴스광장 허선량
극심한 교통체증과 주차난을 피해 철도를 이용하는 도민들이 증가하면서 저렴한 주차요금과 대중교통 간 환승 편의를 자랑하는 철도역 ‘환승주차장’의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의 제도개선 노력으로 더 많은 철도역에 환승주차장이 건립될 수 있는 길이 열려 화제다.
도는 철도역 환승주차장 확충을 위해 제도개선을 추진해온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광역교통법)’ 개정안이 지난 1일 국회 본회의 심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기존 광역교통법의 문제점과 개정된 광역교통법의 의미, 이로 인해 달라질 일상의 변화에 대해 알아봤다.
■ 올해부터 도내 시·군 ‘환승주차장 건립사업’ 지원
환승주차장은 철도와 승용차 간 편리한 환승 편의를 제공해 철도 이용률을 높이고자 철도역사 인근에 건설되는 주차장을 뜻한다.
민간 주차장 대비 저렴한 주차요금에 더해 환승 시 주차요금의 50%를 할인받을 수 있어 역까지의 교통이 불편해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이용하던 이들도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경기도가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도내 시·군의 ‘광역철도역 환승주차장 건립사업’을 추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환승주차장 건립사업은 2009년 이후 국비 지원 중단으로 멈췄으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약인 ‘편리한 철도 환승 체계 서비스 구축’ 실현을 위해 지난 2018년 도비 지원방안을 마련, 10년 만에 재개한 사업이다.
하지만 이 사업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존 광역교통법에서는 광역철도로 지정·고시된 철도역사에 한해서만 환승 주차장 건설비를 광역지자체의 ‘지방광역시설 특별회계’를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광역철도란 ‘둘 이상의 시·도에 걸쳐 운행되는 도시철도 또는 철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도시철도 또는 철도’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광역철도로는 ▲수도권 전철1호선 ▲수도권 전철3호선 ▲수도권 전철4호선 ▲수도권 전철5호선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 ▲수도권 전철 수인·분당선 ▲수도권 전철 경춘선 ▲신분당선 ▲수도권 전철 경강선 ▲수도권 전철 서해선 등이 있다.
도는 이 같은 법령에 근거해 도내 광역철도역 환승주차장 공사비의 30%를 도비로 지원해왔다.
문제는 광역철도가 아닌 다른 철도의 경우 환승주차장을 짓고 싶어도 도의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경기도는 편리한 철도환승체계 서비스 구축을 위해 도내 시‧군의 ‘광역철도역 환승주차장 건립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장암역 환승주차장의 모습. ⓒ 경기뉴스광장
■ 도내 일반철도역 환승주차장 건립 시 도비 지원 불가
도내 234개 철도역 중 50%인 117곳은 광역철도역이 아닌 일반철도역이다. 한국철도공사의 2017년 철도통계연보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타 시·도간 철도 이용객 중 73%는 일반 및 도시철도역을 이용한다. 이는 광역철도역 이용률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렇게 수도권 전철로 연결되는 일반철도역이 광역철도와 동일하게 광역적인 교통 수요를 처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존 광역교통법에는 일반철도 환승 주차장 건립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재정여력이 부족한 기초 지자체는 환승 주차장이 필요해도 예산 문제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경기도 역시 제도적 근거가 없어 도비 지원을 하지 못했다.
이는 결국 대중교통 이용의 지역 간 불균형과 함께 도민의 불편으로 이어졌다.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박태희 의원(더민주·양주1)은 지난달 열린 2020년 행정사무감사에서 경기북부지역의 저조한 환승주차장 설치를 꼬집었다.
당시 박 의원은 “현재 경기도 환승주차장 전체 22곳 중 경기북부에 설치된 곳은 의정부 3곳, 파주 1곳으로 단 2개시, 4곳뿐”이라며 “환승주차장 설치 계획을 확인해보더라도 향후 북부지역 환승주차장 비율이 매우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남동경 철도항만물류국장은 “북부지역의 경우 대부분이 일반철도라 지원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에 지원범위 확대를 위해 관련 법령 개정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 광역교통법 개정으로 ‘일반철도’ 환승주차장 지원 길 열려
더 많은 철도역에 환승주차장이 생기려면 기존 광역교통법의 개정이 시급했다. 광역철도역 뿐 아니라 일반철도역 인근 환승주차장도 ‘지방광역교통시설 특별회계’ 예산 지원이 가능해야 했다.
이에 도는 지난해 1월부터 광역교통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와 사전 협의를 추진했다.
또 조응천 국회의원에 광역교통법 개정안 자료를 제출하는 등 법률 개정을 건의했다. 그 결과 올해 7월 17일 개정안이 발의, 지난 1일 본회의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광역교통법 개정안은 기존 광역철도역은 물론 일반철도역에 건설되는 환승주차장까지 지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이 골자다. ⓒ 경기뉴스광장
2021년 7월부터 시행 예정인 광역교통법 개정안은 기존 광역철도역은 물론 일반철도역에 건설되는 환승주차장까지 광역지자체의 지방광역시설 특별회계를 통해 지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이 골자다.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도내 117개 일반철도역도 환승주차장 사업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도는 경기도 지방 광역교통시설 특별회계를 투입해 ‘환승주차장 건립사업’을 확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법률 개정으로 경기도뿐만 아니라 수도권 외 4개 지방 대도시권도 일반철도역 환승주차장에 대한 예산 지원이 가능해졌다. 환승주차장 건립이 쉬워지면서 이로 인한 혜택이 경기도민 뿐 아니라 전 국민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관련 대도시권의 범위. ⓒ 경기뉴스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