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종 생산을 위해 경기도민물연구소 양식장에서 자라고 있는 러시아산 철갑상어들. ⓒ
철갑상어를 생각하면 당신은 과연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
아마도 일반인들은 캐비아(caviar : 철갑상어 알을 소금에 절인 식품), 러시아, 카스피해, 정력제, 항암제, 서양요리 등을 연상할 것 같다.
이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이들을 상대로 한강에서 철갑상어를 잡게 된다는 다소 황당한 뉴스를 전하려 한다. 거기다 철갑상어를 회로 먹을 수 있다면?
믿거나 말거나 하고 치부할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한강에서 서식하다 사라진 ‘토종’ 철갑상어를 복원해 생태계도 되살리고 내수면 어업에도 활기를 불어 넣을 작정이란다.
토종 철갑상어, 북한서 받아 한강에 푼다
김동수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장이 중국은 철갑상어를 국보급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등 가치를 중시한다고 말한다. ⓒ
원래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던 토종 철갑상어는 철갑상어, 칼상어, 용상어 등 3종류로 알려져 있다.
중국과 북한을 맞대고 있는 서해안에만 서식하는 회귀성 어류인 철갑상어는 황복처럼 바다에서 서식하다 봄이면 산란하기 위해 강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워낙 희귀종이다 보니 쉽게 잡혀 멸종이 됐고 최근 한강서 철갑상어를 잡았다는 소리는 좀체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는 토종 어종임에도 복원하겠다는 구상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중국은 철갑상어를 보호하기 위해 1980년대 이후 매년 치어 30만 마리를 양쯔강에 방류했다.
김동수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철갑상어를 보호하기 위해 국보급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또한 토종 철갑상어 양식장은 정부의 특별허가를 받아야만 하고 상업적 허용은 불허하고 있다”며 중국의 보호조치에 부러움을 내비쳤다.
이런 생각에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도 환경부와 국립수산과학원의 승인 하에 북한산 철갑상어를 들여와 토종 복원사업에 착수하게 된 것.
북한에서 들여온 토종철갑상어는 치어 1300마리. 종의 복원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 부경대 유전자원공학연구팀의 DNA검사도 받아 토종철갑상어라는 확증도 받았다.
연구소는 조만간 이 토종 철갑상어를 목표한 크기만큼 육성한 뒤 종묘를 생산해 한강과 임진강에 방류할 예정이다.
김동수 소장은 “2013년부터 한강 및 임진강에 토종철갑상어가 종 복원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방류할 예정”이라며 “철갑상어에 살균, 항암효과도 있어 이에 대한 신약물질도 발굴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마늘 먹이니 성장속도 2배 빨라져
북한에서 들여온 토종 철갑상어. 15cm가량의 치어를 들여와 지금은 40cm정도로 키웠다. ⓒ
김동수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장은 “북한의 경우 2009년도에 철갑상어 경제적 가치가 높다는 것을 알기에 관심을 높이기 위해 우표도 발행했다”며 “우리 연구소도 철갑상어의 가치에 맞는 복원계획을 세우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복원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연구소는 눈에 띄는 연구 성과도 냈다. 철갑상어 배합사료에 마늘 추출물을 첨가한 것이 바로 그것. 이를 통해 기존의 사료를 사용했을 경우보다 성장 속도가 2배 빨라져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 연구를 주도한 이동훈 해양연구사가 2004년 마늘이 가축에 항생제 효과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철갑상어에 접목시킨 것이 적중한 것.
그는 마늘을 비롯해 쑥과 오미자의 추출물을 배합사료에 섞어 철갑상어에 먹였다. 쑥을 먹이니 살이 되레 빠졌다.
연구에 따르면 마늘 추출물은 20% 이상 성장 효율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4번의 시험을 거친 결과, 모두 같은 효과를 나타냈다. 1kg 성장하는데 1300원을 투자해 4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효과를 낸 것이다.
이동훈 연구사는 “기존에 철갑상어를 횟감 상품으로 2년 6개월 정도 걸렸지만, 마늘 추출물 배합사료를 먹은 철갑상어는 1년6개월이면 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이번 특허기술에 대한 실험을 진행해왔다. 연구결과를 2008년도 세계양식학회와 세계어류영양학회에 학술발표하고 2008년 2월에는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개발한 특허사료, 양식어가에 보탬
이동훈 해양연구사가 배합사료에 마늘 추출물을 넣으면 성장이 빨라지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보다 더 많은 이들이 철갑상어 성장효과를 보도록 연구소는 양식어가에 해당 배합사료를 무상 보급하기로 했다. 또 사료생산업체에 사료첨가제 특허권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한 대신에 양식어가에 싼 가격에 공급해 주도록 했다.
비단 토종 철갑상어를 복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료부담이 컸던 양식어가에 도움을 주고 보다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게 된 것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에는 철갑상어 전용사료가 시판되지 않고 있어 양식어가의 부담이 컸다. 보통 양식어가에서는 송어나 참돔, 우럭 등의 사료를 먹여 철갑상어를 키워온 것.
이동원 해양연구사는 “철갑상어 양식에 있어 배합사료는 공급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며 “하지만 마늘 추출물 첨가제를 넣은 배합사료로 인해 양식어가의 생산량이 2배 이상 증가돼 농가의 부담이 줄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 민물고기연구소는 지난 2001년 국내 연구기관 최초로 철갑상어 완전양식에 성공했고 이번 2배 성장 마늘 첨가제로 인해 빠른 시간내에 대량 생산의 길을 터놓은 상태다.
철갑상어를 향한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의 ‘무한사랑’이 풍성한 결실을 맺길 기대해본다.
Tip. 물고기 공부하러가요!
‘경기민물고기연구소 생태학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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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에서는 유치원생, 초등학생, 가족단위로 매일 2000명까지 수용가능한 `생태학습장`을 운영중이다.
학습장에는 민물모기 생태수족관 60조가 설치돼 있고 체험전시실이 23개, 영상학습실, 야외 터치학습장, 생태연못 등이 갖춰져 있다.
철갑상어, 쉬리, 황쏘가리, 각시붕어 등 65종 4700마리의 다양한 어종을 만날 수 있다.
▶ 관람시간 : 10:00~17:00
▶ 휴관 : 매주 월요일, 설날·추석 당일
▶ 견학 체류시간 : 1시간 내외
▶ 관람료 : 무료
▶ 수용능력 : 100명/회, 2천명/일
▶ 단체견학 예약일 : 견학 1주일 이전
▶ 예약방법 : 홈페이지 온라인 예악(선순위 예약자 우선견학)
▶ 예약확인 : 예약시 메일발송 및 확정시 SMS(문자), 메일, 온라인 확인가능
※ 예약 및 문의 031-772-3480 http://fish.gg.go.kr
글 : 한호식 기자 ya8259@nate.com
사진 : 김기수 기자 photo812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