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문제가 바로 저출산?고령화 현상이다. 지난해 8월 경기도 노인인구는 전국 최초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경기도 전체인구 중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도 매년 급격히 올라 2001년 5.94%에서 2005년에는 7.06%, 지난해에는 8.6%로 머지않아 10%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빈곤, 노인자살, 세대해체 등의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경기도 전체인구의 14%를 차지하는 160만 베이비붐(1955~63년생) 세대의 은퇴도 고려할 사항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지난해 9월 ‘어르신이 건강하고 행복한 희망의 경기도’를 만들고자 고령화 마스터플랜 ‘건강100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은퇴자 창업지원, 노인적합형 일자리 확대, 노인 자살·학대 예방사업 추진등을 소개해본다.
노인일자리지원센터 도움으로
유기농산물 쇼핑몰 운영에 도전

유기농 전문가 박래안씨가 고구마 밭을 일구고 있다. 박씨는 미네랄과 게르마늄이 고농도로 함유된 특별 재배법을 고안해냈다. ⓒ 사진 제공∙박래안
화성시 병점동에 사는 박래안(60)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매일 유기농업, 도시농업 관련 참고자료와 견해를 올리고 있다. 이 블로그는 제2의 인생을 열어갈 박씨의 귀한 밑바탕이기도하다.
박씨는 정보기술(IT)기업에서 33년간 일한 후 2008년 은퇴했다. 은퇴 무렵 그는 제1의 직장에서 할 일을 다 마치고 떠나는 것일 뿐 완전한 은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제2의 직장을 찾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평생 배우고 평생 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터라 두렵지는 않았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 ‘느리게 살면서 생산활동을 하는것’에 초점을 맞추고 유기농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전남 해남군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중학교 때부터는 떠나 있어 농사를 짓는 분위기만 기억할 뿐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했다. 이후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세미나와 교육장을 찾아다니며 내공을 쌓아갔다. 그리고 생산은 물론 직거래 판매까지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 경기도노인일자리지원센터에서 인터넷 쇼핑몰 창업지원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얘기를 듣고 좋은 기회다 싶어 지원했다. 지난 9월19일부터 30일까지 10회 50시간에 걸쳐 진행된 수업은 본인 부담액이 3만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쇼핑몰을 운영하려면 인터넷과 포토샵기술이 전문적으로 요구되는데 센터에서는 쇼핑몰 운영 프로그램도 전수해주고 포토샵도 알기 쉽게 가르쳐줬다. 그뿐만 아니라 이수 후에도 꾸준히 멘토 역할을 하며 쇼핑몰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농업인으로 변신한 박씨가 첫 농산물로 선택한 것은 호박고구마다. 현재 화성시 봉담읍과 해남에서 재배하고 있는데, 미네랄과 게르마늄이 고농도로 함유된 특별 재배법을 고안해내기도 했다. 올해 시험재배를 해본 결과 당도도 높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박씨는 현재 화성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1년 과정의 그린농업대학 친환경농업과에도 다니며 동기들과 친환경비료, 유기농기능성 약재 등을 연구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기능성 고구마 재배를 희망하는 농가에 보급도 할 생각이다.
박씨는 “경기도의 도움으로 쇼핑몰 오픈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돼 인생2막을 여는 설렘이 더 커졌다”며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노인 전문 일자리를 많이 마련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우리 세대는 아무런 준비 없이 노후를 갑자기 맞이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하지만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지마세요. 차분하게 현재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누굴 본받아서 하기보다는 충분한 자기성찰 후 20~30년간 장기적으로 제2의 인생을 산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찾아보세요. 스트레스 받지 않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일하면서 점점 더 젊어지는 걸 느낀다”
얼마 전 개관 1주년을 맞은 고양백석체육센터는 깔끔한 환경조성으로 지역주민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1일 새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한 달간 청소를 담당해 쓸고 닦고를 반복한 어르신들의 노고가 한몫을 톡톡히 했다. 당시 고양시니어클럽의 소개로 일자리를 찾은 이정용(65) 반장도 그 숨은 공로자 중 한 명이다.
이 반장은 한국전력에서 28년간 청원경찰로 근무한 후 2006년 1월 퇴직했다. 그 후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쉬다가 이 일을 하게 됐다. 현재 담당업무는 60세 이상 어르신들로 이루어진 청소팀 반장으로 체육센터 외에도 외곽에 위치한 테니스장, 풋볼장, 농구장, 게이트볼장 환경정화를 하고 있다. 이반장은 특히 눈에 잘 띄지 않는 비상계단 청소, 라커룸 주변 먼지 털기, 휴지통 뒷부분 청결 등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꼼꼼히 관리한다. 새 건물이란 점도 더 신경을 쓰게 하는 요인이다. 이 반장은 항상 옷 주머니에 드라이버를 소지한다. 청소를 하러 건물을 돌다 간단한 수리가 필요한 곳은 직접 처리한다.

고양백석체육센터에서 청소 일을 하는 이정용씨가 자신이 직접 만든 키다리빗자루로 창틀 먼지를 털어내고 있다. ⓒ 최경원 기자
이 반장은 “나를 비롯해 이곳에서 일하는 남자들은 평상시 머리카락 하나 안 줍다가 일을 시작한 이후로 집에서 유리창도 닦고, 어질러놓은 것도 치우며 집안일을 돕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일자리를 찾는 주변 노인들에게 시니어클럽 홍보도 열심히 하며 등록도 권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운 좋게 취직한 사람들도 여럿 있다.
“기력이 있는 한 일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밥맛도 나고 병도 안나요. 저는 여기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동네 주민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데 내가 먼저가서 인사하며 알은체합니다. 그분들도 좋은 데서 일한다고 부러워해요. 일하면서 점점 더 젊어지는 걸 느낍니다.”
경기도노인일자리지원센터는 도내 31개 시·군 실버인력뱅크와 14개 시니어클럽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마련하고, 노인 자원봉사 및 일자리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관이다. 건강100세 프로젝트가 시행되면서 더 탄력을 받아 은퇴자 창업지원 프로그램 개발, 노인인력 개발을 위한 전문화 교육확대, 노인일자리사업 개발 및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노인 적합형 일자리 확보를 위해 경기도와 경기도노인일자리지원센터, 시니어클럽이 설립한 사회적 기업인 (주)경기희망일터도 민간 분야의 노인 일자리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시설관리공단, 의료원 및 민간기업 등과 일자리 지원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토털홈케어서비스, 시설관리, 공공급식센터, 호스피스등의 분야에서 2015년까지 1만4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적 관심이 노인 자살 예방

경기도노인종합상담센터 김은주 실장이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 최경원 기자
고령화와 함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게 자살문제다. 우리나라 자살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로 2위국가와의 차이도 클뿐더러 그 수도 매년 증가해 인구 10만명 대비 2009년 31.1명에서 지난해에는 31.2명으로 늘었다. 이런 현상에는 75세이상 노인의 자살이 10대에서 40대까지의 자살의 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노인 자살 방지책 마련이 시급함을 알려준다.
경기도노인종합상담센터는 노인과 노인가족의 심리·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적절한 복지정보 연계와 전문적인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1999년 경기도노인복지상담실이란 명칭으로 전국 최초로 탄생했고, 2005년부터는 노인전문상담원 양성교육을 실시했다. 2009년 서울시에서 벤치마킹해 광역 규모로는 경기도와 서울시 이렇게 두 곳이 있다. 2009년부터는 경기도 노인자살예방센터도 운영되고 있는데 센터의 사업을 총괄하는 김은주 실장은“노인상담을 지속하다보니 자살예방사업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며 “개별적 접근보다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여겨 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제안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 실장은 “노인의 자살 원인으로는 건강, 생활고, 가족 간 갈등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밝혔다.
“성별로 비교하면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아요. 남성이 100이라고 하면 여성은 30 정도예요. 남성은 주변에 얘기하길 꺼리고 실행력까지 높고, 그래도 여성은 사회적 관계망을 잘 형성해 상담 등 도움을 많이 요청하는 편이죠.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해요. 가족이나 친구가 주변에서 개입해 사전에 예방하고, 자살예방교육도 광범위하게 실시해야 합니다.”
그가 자살예방사업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던 때는 2007년 무렵이다. 한 할아버지가 센터로 직접 찾아와 상담을 했는데 배우자와는 사별했고, 자녀와의 왕래는 없는 상황이었다. 독거노인으로 80대지만 60대 초반으로 보일 만큼 건강에는 이상이 없었다. 생활력이 강해 이전에는 경제적 문제가 없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취업이 힘들어지고, 전셋집도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자녀가 있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안 된다고 해 어쩔수 없이 10여 년 만에 며느리와 통화를 했는데 돌아온 대답은 “왜 연락했냐? 뭘 얻어먹으려고 전화했냐? 아들이랑 이혼안하고 살아주는 것도 고맙게 생각하라”는 등 험한 말뿐이었다. 할아버지는 분노감과 배신감에 감정조절을 못할 지경에 이르러 죽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고 털어놨다. 이런 얘기를 할 때도 달리 없어 찾아왔다며 울컥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실장은 할아버지가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도와드리는 한편 이사를 돕고 취업을 연계해 희망을 갖도록 했다. 무한돌봄 서비스도 연계하고, 아직까지도 연락하며 보살피고 있다.

경기도노인종합상담센터 직원들은 노인과 노인가족의 심리∙사회적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 ⓒ 최경원 기자
경기도노인자살예방사업은 노인자살전문상담사, 생명사랑교육단, 사회복지 실무자가 한데 어우러져 진행된다. 도내 31개 각 시·군 노인복지관에 설치된 노인자살예방센터에는 올해 전 센터에 전문상담사 배치가 완료됐다. 노인일자리사업의 하나로 운영되는 생명사랑교육단은 기본적인 상담교육과 자살예방교육을 받은 노인들이 경로당, 교회 등을 찾아 또래 노인들에게 인식개선, 홍보물 나눠주기 등의 활동을 펼친다. 복지관마다 10명씩, 경기도 전체로 따지면 400명 정도의 인원이다. 또한 복지관 내 종사자들과 전문상담사의 정보 교환 및 밀착형 교육은 직원 간의 자살예방 네트워크가 가동되는 효과도 준다.
김실장은 “가장 필요한 건 먹고사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해요. 핵가족화가 되면서 가족간에 정서적으로 멀어지게 되는데 젊은 세대들이 자녀만 보살피기보다 부모님에게도 애정을 쏟아야 합니다. 어르신들도 물러서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관계가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하고요. ‘내가 부담만 될 텐데…’하는 생각을 버리고 자주 만나고 표현하세요. 어렵다고 느껴질 때는 관련기관에 상담을 요청해 문제를 같이 해결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