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남한산성 성곽길 트레킹 ⓒ경기도블로그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소설 <설국>의 첫 문장이 이곳에서 떠오를 줄은 몰랐습니다. 간밤에 생각보다 많은 눈이 내렸던 어느 날입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경기도블로그



우수가 지나서 내린 대설이 특히 반가웠던 까닭이 있었습니다. 유독 추운 겨울 때문인지 아니면, 인생의 터널에 갇힌 듯한 무기력 때문인지, 이번 겨울이 설경 여행을 하지 않은 기록적인(?) 한 해가 될 뻔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더욱, 이날의 거짓말 같은 눈을 결코 놓칠 수 없었습니다.

이날만은 미시령길 같은 산성로 위에서 고민을 했습니다. 어느 코스에서 출발할까?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남문에서 출발해서 동문 방향으로 걷기로 했는데요. 이유는 남쪽 성곽 설경의 ‘희소성’ 때문이었지요. 아무래도, 도심지에서 가까운 산성이다 보니 눈도 많이 안 오고 금방 녹아버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경기도블로그



남문[지화문]에 다가서면서 다시 한 번 감탄했습니다. 이렇게 눈이 많이 온 남한산성은 처음인 듯했으니까요! 정조의 글씨인 ‘지화문’ 현판이 걸린 산성 정문인 남문에 오르니, 오래된 느티나무 몇 그루가 그날을 기억하고 있는 듯도 했습니다. 1636년 병자호란, 조선의 임금 인조가 남문으로 피난 왔던 날. 또 보다 안전할 것 같은 강화도로 가려다 눈길에 말이 미끄러져 포기했던 장면도 말이죠.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경기도블로그



하지만, 오늘은 역사보다는 설경에 더 집중하고픈 생각에, 남장대로 향하는 가파른 오르막길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는 말처럼, 설경에 목마른 때문인지 하얀 성곽길에 첫 발자국을 찍으면서 걸을 수 있었는데요, 아름다운 경험을 독점하는 것이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경기도블로그



이내 눈길을 끈 것은 하얀 눈이 덮여 마치 신성한 제단처럼 보이는 제1남옹성이었는데요, 본 성곽에서 길게 돌출되게 쌓아 적을 관찰하고 적을 협공하기 위한 성벽이지요. 다시 눈길을 헤치고 오르니, 제3남옹성과 함께 주춧돌만 남아있는 남장대터가 있는데, 누각이 모두 사라진 것이 오히려 더 역사성을 느끼게 해주는 듯했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경기도블로그



계속 걷다가 재밌는 풍경도 하나 만났는데요. 고라니 같은 동물 발자국이었습니다. 귀엽기도 하면서 아름다운 눈길을 공유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이제부터는 급격한 내리막입니다. 이번엔 사람 발자국이 보였습니다. 이 발자국은 어디에서 갑자기 나타났을까 생각하면서 걷다가 암문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그 앞에 이르러서야 알 수 있었으니, 암문이 맞긴 맞군요! 이후로부터는 외롭지 않은 길이 된 듯했습니다. 또한, 동문[좌익문] 가까이 이르러서는 반대 방향으로 올라오는 분도 마주쳤으니까요.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경기도블로그



이제 성곽길은 급격한 내리막으로 동문에 이를 것이고 또, 다시 급격한 오르막으로 시작해서 동장대터에 이르러서 다시 내리막이 끝나는 북문[전승문]까지의 길로써, 남한산성 성곽길에서 가장 길고 험한 구간이 됩니다.

하지만, 이 길을 포기하고 행궁동으로 진입키로 했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따뜻한 날씨에 많은 눈이 오다 보니, 아이젠 밑에 눈이 금세 두껍게 뭉쳐서 아이젠이 별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서너 번씩이나 미끄러지고 말았는데요, 몸이나 카메라가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랄까요. 특히, 동문에서 북문까지는 눈도 많고 가장 늦게 녹는 구간이기 때문이기도 했고요.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경기도블로그



성곽길 걷기를 포기하고 성안으로 걷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여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영화 <남한산성>에서 ‘날쇠’로 나온 역사인물로써, 노비의 신분으로 첩보원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후에 당상관인 동지중추부사까지 오른 ‘서흔남’의 묘비였습니다.

‘남한산성 세계유산센터’ 주차장 옆이었는데요. 입구에 새로 설치된 이정표가 있어 가능했습니다. 비록, 사진을 담기에도 옹색한 장소였지만, 새로운 유적을 만난 기쁨이 있었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경기도블로그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풍경은 눈 쌓인 연무대의 모습이었는데요. 연무대 앞 안내판의 옛 사진과 비교해보니, 사진 속 느티나무는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했습니다. 사진 속 흰 도포의 어르신과 색동저고리를 입은 두 명의 어린아이들, 역시 어르신이시지만...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만약, 지금 누군가 제 뒤에서 찍은 사진이 있고, 100년이 지난 후 어느 여행자가 그 사진을 본다면 또 어떤 느낌일까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게으른 몸을 이끌고 오랜만에 찾아 나선 눈 내린 남한산성 성곽길! 아름다운 설경을 만난 겨울의 끝자락이었으며, ‘설경 여행을 하지 않은 해‘라는 수치스러운 기록 달성(?)을 가까스로 저지했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 남한산성 성곽길 여행 정보
- 대중교통 : 지하철 8호선 산성역 2번 출구 앞에서 남한산성행 버스(9번, 52번) 승차
- 주차요금 : 1일 1,000원
- 추천 성곽길 코스 : ➀ 남한산성 종점에서 내려 북문에서부터 걷기, ➁ 남문 정거장에서 내려 남문에서부터 걷기



겨울의 끝자락에서 얻은 기회! 설국을 연상케 하는 `남한산성 성곽길` 설경 트레킹

◇2018 경기소셜락커 김용빈 락커 ⓒ경기도블로그





[출처:경기도 블로그]
[작성자:2018 경기소셜락커 김용빈 락커]

원문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