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군대, 여자는 출산?…“올바른 성평등 교육·정책 마련돼야”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임혜경 연구위원은 ‘경기도 20대 성차별 인식 차이에 관한 연구’를 통해 도내 청년들의 성차별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차이를 들여다봤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디지털N번방사건, 미투운동 이후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반면, 남성 역차별 인식과 같은 현상도 공존하며 성차별이나 젠더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성별 인식격차는 기성세대보다 청년세대에서 크게 나타나고 있다. 청년층은 여성과 남성 모두 성평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낮은 집단인 동시에, 청년들이 마주하는 이슈에 따라 다양하고 이질적인 특성을 보인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임혜경 연구위원은 ‘경기도 20대 성차별 인식 차이에 관한 연구’를 통해 도내 청년들의 성차별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차이를 들여다봤다.

임혜경 연구위원은 “청년세대가 중장년층과는 다른 경험이 있는데 가시화되지 못한 것인지 의제를 발굴해 정책적으로 다룰 필요도 있고, 경기도가 주요하게 추진하는 청년정책에서 청년 내부의 다양성에 주목할 수 있도록 여성, 남성의 경험을 연구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남자는 군대, 여자는 출산?…“올바른 성평등 교육·정책 마련돼야”

◇임혜경 연구위원은 “청년세대가 중장년층과는 다른 경험이 있는데 가시화되지 못한 것인지 의제를 발굴해 정책적으로 다룰 필요도 있고, 경기도가 주요하게 추진하는 청년정책에서 청년 내부의 다양성에 주목할 수 있도록 여성, 남성의 경험을 연구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임혜경 연구위원 제공


■ 남자는 군대, 여자는 출산?

“여자들은 생리휴가, 임신휴가 이런 것도 있고, 저희는 병역 의무라든가 이런 것도 다 해야 하는데 가산점 받는 것도 불편해하고…”(직장인, 27)

“선택권이 없었던 사람한테 역정을 내고 있는 느낌이거든요. 심지어 지금 이렇게 욕을 먹고 있는 순간에도 여성들한테는 선택권이 없어요.”(직장인, 26)

경기도 20대 남녀의 성차별에 대한 인식은 분야별로 다양한 차이를 보이지만 ▲평등을 주장하는 여성들은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특별대우를 원한다 ▲여자들은 지켜야할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권리만 내세운다 ▲경제적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할 책임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크다 등 3개 항목에서 큰 격차를 보였다.

임 위원은 “여성과는 무관한 징병제가 20대 성차별 인식에서 핵심이슈가 되는 것은 ‘차이’를 존중하는 성평등 정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즉 군복무로 인한 박탈감과 보상욕구가 ‘남성=사회/여성=출산·육아’라는 성별분업 논리와 만나면서 역차별 논리로 이어지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20대 남녀는 ‘남성의 가족부양 책임’에 대한 가부장제 규범에 문제의식을 갖지만, 수용하는 태도에서 성별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남성의 경우, 남성으로서 이전 세대와 같은 기득권이 없다고 생각하고 가장이 되는데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가부장적 남성성을 수용하거나 성별분업이 자연스럽다고 인식하기도 하며, 여성들은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청년 의견 반영한 성평등 정책과 교육 마련돼야

임혜경 위원은 “진학, 군대, 취업 등이 얽힌 청년들의 특수성은 성차별에 대한 인식 차이로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여성들은 일상에서 경험한 ‘체화된’ 차별을 통해 성차별적 관행과 사회구조를 개선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고, 20대 남성들의 경우 사회적 차별관행에 공감하면서도 군복무의 박탈감이나 보상욕구가 성평등에 대한 오해와 맞물려 정책에 대한 저항감으로 드러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임 위원은 “성별 차이와 다름에 대한 청년들의 이해를 높이려면 가족 구성의 전 단계가 아닌 개인을 주체로 정책 방향을 정하고, 청년의 정책참여·모니터링 지원과 삶을 반영한 정책개발, 성평등 정책의 방향 및 내용에 대한 공공부문의 체계적인 이해교육과 안내자료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자는 군대, 여자는 출산?…“올바른 성평등 교육·정책 마련돼야”

◇경기도 20대 남녀의 성차별에 대한 인식은 ‘평등을 주장하는 여성들은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특별대우를 원한다’ 등 3개 항목에서 큰 격차를 보였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


■ 기존의 성고정 관념, 여전히 20대 청년들에게 영향

임혜경 연구위원은 “성차별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했을 때 한 여성이 ‘사실 여자로 살면 이 각각에 대해서 책 한 권은 쓸 수 있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20대 여성들이 경험한 차별은 30년 전 제가 20대에 겪었던 것과 다르지 않아서 참 놀라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남성들도 성고정 관념으로 인해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능력 있는 남성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임 위원은 “그동안 성평등정책 연구와 활동을 하면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세상이 많이 변했는데 아직도 성평등정책과 여성가족부가 필요하냐는 질문이었는데, 여전히 20대 청년들의 인식에 성고정관념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관련 정책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 성차별과 젠더갈등이 민주적 소통을 막고 있다

“성차별 인식은 차별과 폭력의 경험을 무시하고, 다양한 참여와 민주적인 소통을 제한해 결국에는 개인의 삶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임혜경 연구위원은 “최근 인터넷 등의 공간에서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의 논쟁이 조롱과 멸시, 혐오표현으로 이어져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단에 대한 차별, 혐오, 갈등은 어떤 이슈와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해결책을 찾고, 서로의 경험을 공감하려는 기회를 차단한다. 성차별 인식과 고정관념에 따른 문제를 개인의 능력으로만 평가하게 되고, 사회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더디게 해 결국 개인의 삶의 질이 악화되고, 성 고정관념에 따른 갈등으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남자는 군대, 여자는 출산?…“올바른 성평등 교육·정책 마련돼야”

◇임혜경 위원은 “여성과는 무관한 징병제가 20대 성차별 인식에서 핵심이슈가 되는 것은 ‘차이’를 존중하는 성평등정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


■ 성평등 교육의 첫 단계는 성차별 현실에 대한 이해

임혜경 위원은 “우리나라는 아직 성평등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어릴적부터 성평등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성차별의 사례와 통계 등을 활용해 성차별 현실을 이해하는 것부터 교육이 시작되어야 한다. 성차별인식과 고정관념 때문에 여성과 남성이 겪는 어려움, 사회적 문제 등에 대해서 스스로 성찰하는 인문학 교육을 통해 개인의 삶에 반영하도록 하며, 성평등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의 방법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모든 도민이 ‘성차별 해소의 주체’ 돼야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그간 청년이 참여하여 성평등한 청년문화 확산과 정책을 개발하는 ‘젠더공감2030’사업, 남성대상의 ‘젠더공감나우’ 등을 통해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유도했다.

재단은 향후에도 도민대상 성인지교육을 확대하며 성평등문화확산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는 경기양성평등센터에서 청년 및 남성이 참여하는 성평등 풀뿌리 활동을 다양하게 지원한다.

임혜경 연구위원은 “변화하는 미래사회에 가장 필요한 시민으로서의 덕목은 공감”이라며 “여성과 남성의 경험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혐오하고 조롱하기보다 참여하는 시민으로서 모든 도민들이 성차별 해소의 주체가 될 수 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남자는 군대, 여자는 출산?…“올바른 성평등 교육·정책 마련돼야”

◇임혜경 연구위원은 “여성과 남성의 경험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혐오하고 조롱하기보다 참여하는 시민으로서 모든 도민들이 성차별 해소의 주체가 될 수 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