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서점이 있는 경기도의 골목을 가보신 적이 있나요? 경기도에는 다양한 지역서점이 있습니다. 그 골목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좇아 지역서점 책방순례에 나섰습니다. 반짝이는 대형서점의 화려함은 없어도, 알차고 따뜻하게 채워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경기도의 우리동네 서점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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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 입소문…책방의 주제는 ‘치유’와 ‘회복’
평택시 현덕면 덕목리에 위치한 ‘아르카북스’는 동네서점 겸 북스테이공간입니다.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가 진행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생활 속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죠. 특히 재택근무 등 사람들 간의 직접적인 교류가 줄어들면서 공간에 관한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외출이 어려우니 할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실내 공간을 찾아가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지난 2020년 4월 문을 연 평택 ‘아르카북스’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책방은 평택시와 인근지역인 충남 천안시를 비롯해 분당, 판교, 화성 동탄, 충남 아산 등에서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아르카북스’는 평택시 현덕면 덕목리에 있는데요. 사방이 온통 전원이고 서점 앞에 평택호가 보이는 등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점도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서점 인기 비결이 궁금했습니다.
“제가 한 것은 전혀 없다. 공사가 끝난 게 2020년 1월이고, 4월에 문을 열었다. 그때 코로나가 터졌다. 저희는 당연히 여기 오기 전에 돈을 버는 일보다는, 자연에서 힐링하고 치유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혼 전부터 (아내와) 그런 생각을 가졌다. 그냥 우리 애들하고 재미있게 살자고 했는데, 코로나라는 팬데믹이 사람들에게 어떤 큰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굉장히 많이 방문하셨는데, 그러면서 홍보가 됐다”라는 방정민 대표의 말이 의미 있게 들렸습니다.
방정민 대표가 ‘아르카북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방 대표는 전 고등학교 교사로, EBS수능출제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현재 평택 동네서점 겸 북스테이공간 ‘아르카북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방주’라는 의미…피난처 같은 책방이길 원했죠!
‘아르카북스’는 ‘방주’(方舟)라는 의미의 아르크(Ark)에서 의미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에 방 대표는 “단어를 고민하다 찾아보니 ‘방주’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고, ‘아르크’(Ark)에서 따왔다. 피난처 같은 책방이길 원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아르카북스’의 테마는 ‘치유’와 ‘회복’입니다. 그것은 방 대표가 원했던 것이라고.
방 대표는 “여기는 더더욱 시골이니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에도 좋았다. 도시에서 마스크를 쓰며 지내는 일이 답답하니, 아이들과 함께 찾아오는 분들이 많았다”라면서 “북스테이 같은 경우에는 서울에서 가장 많이 찾아온다”라고 전했습니다.
아르카북스 서점에는 방 대표와 현직 교사인 아내가 직접 고른 책 500~600여 점이 갖춰져 있습니다. 치유, 회복 등의 주제를 담은 책들이 많은데, 젊은 층이 좋아하는 에세이 분야의 책도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네서점을 열게 된 계기…제일 큰 이유는 건강이죠!
‘아르카북스’ 책방 실내 전경.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고교 국어교사로 재직 중, 방 대표는 지난 2014년 오른쪽 눈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가보니 ‘중심성 망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서점을 열게 된 것과 관련, 방 대표는 “일단은 제일 큰 이유는 건강이다. 제가 오른쪽 눈이 지금도 ‘중심성 망막염’이라고 하는데, 그게 2014~2015년 발병해서 점점 더 심해졌다”라면서 “병원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활동하라고 했다. 안압이 높아지면 실핏줄이 터지게 된다. 거기에 물이 차거나 염증이 생기는데, 치료약은 없다. 기본적으로 쉬면 자연치유가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17년 정도 교사 생활을 하던 중에 입시 담당을 오래 하니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방 대표는 “이 시기에 아내가 “당신은 그만둬야 한다”고 저를 계속 설득했다. 몸이 계속 망가지니 링거도 자주 맞았다. 자꾸 염증이 생기는데, 고름 때문에 귀 수술도 한 번 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아르카북스’ 밖 풍경.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교사를 그만두고 방 대표는 아파서 쉴 때, 동탄에 있는 ‘그림책 모임’을 나가기 시작하면서 기운을 얻었다고 합니다.
“2017년도 그림책 모임이 오전 10시에 있었다. 거의 쉬고 있으니 거기 갔는데, 회원들이 다 엄마들이었다. 아빠 회원은 없었다. 들어가기에 멋쩍었는데, 그림책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쉬면 너무 심심하니 용기를 내어 들어갔다. 엄마 회원분들이 너무 좋아해 줬고 그 기운이 컸다. 저도 그림책을 알게 됐고, 그림책이 시와 비슷했다.”
이때, 그림책을 많이 읽게 되면서 그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방을 열면 좋겠다는 생각을 구체화했다고.
“그 엄마 회원들도 우리 모임을 할 장소가 없는데 그런 데가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그분들하고 친해서 자주 밥도 먹으러 다니고 그랬다”는 방 대표. 동네책방 ‘아르카북스’는 이렇게 시작된 듯합니다.
‘아르카북스’ 책방의 매력은?
‘아르카북스’는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순수문화활동사업’에 참여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방 대표는 7가지의 프로그램을 꾸려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생태 학습, 문화 체험, 영화를 주제로 한 고전음악 앙상블 공연, 북콘서트 등 다양했죠.
방 대표는 “여기는 시골 책방이니 ‘생태 문화 활동’이라는 주제로 아이들이 엄마랑 와서 천연기념물에 대해 알아보는 활동도 있었고, 작가와의 만남도 있었다”라고 설명한 후, “제가 재직했던 수원 모 고교의 동료 교사를 초청해서 역사, 국어, 입시 등의 프로그램을 꾸려 여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이 가운데 흥미를 끄는 것은 방 대표가 직접 진행하는 ‘꼬리에 꼬리는 무는? 현대소설에서 만나는 우리의 문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수업은 현대사를 치열하게 고민한 작가들을 만나 보고,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의 고민 원천을 되짚어 보기 위한 시간으로 마련됐다고 합니다.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지금 우리의 태도는 친일인가, 세계주의인가(1910년대 이광수 ‘무정’).
② 근대화, 무엇을 위해 폭력이 줄었다 주장하는가(1920~1930년대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③ 폭력을 정당화하는 정신승리법(1930년대 김동리 ‘화랑의 후예’).
④ 능력주의 문제(1930~1940년대 이태준 ‘달밤’).
⑤ 연대와 소통이 부재된 시대(1950년대 선우휘 ‘단독강화’).
⑥ 근현대를 가로지르는 남성성 비판(1960년대 김승옥 ‘무진기행’).
⑦ 방황하는 ‘나’의 아픔은 어디서 오는가(1970년대 이청준 ‘병신과 머저리’).
⑧ 민주적 근대화, 산업화에 실패한 우리들, 희망은?(1980~1990년대 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선보인, 이 프로그램의 반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계속 운영 중이며 아르카북스(네이버) 전화 및 현장 등의 방법으로 신청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방 대표는 “제가 하는 건 현대소설과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살펴보는 자리”라면서 “작년에는 경기콘텐츠진흥원 지원을 통해 콘서트를, 평택문화재단과 함께 북콘서트를 열기도 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방 대표는 “교육계를 떠났지만, 교육정보 취약지역이라 교육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으면 하고 싶다”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아르카북스’(책방, 북스테이)는 예약제로 운영되며, 네이버를 통해 예약하면 됩니다.
‘아르카북스’ 북스테이 공간. ⓒ 경기뉴스광장 김지호
● 이용 안내
-월요일, 수요일~일요일 12:00~18:00, 매주 화요일 정기휴무.
● 오시는 길/문의처
경기도 평택시 현덕면 덕목5길 122-11(덕목리)
전화: 0507-1328-8695
SNS : 인스타그램 arca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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